[유명산 등산 코스를 따라 정상에 올라갔습니다.]
바야흐로 가을철, 산행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유명산은 이름 그대로 유명한 산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일요일에는요.
등산객이 많을수록 더불어 산악 사고도 급증하는데, 사망 사고부터 다리가 부러지거나, 넘어져 머리가 찢어지는 등 각양 각색의 양상을 보여 줍니다.
산악구조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을철 서울 북한산 같은 경우는 난리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항상 산에 상주하면서 비상대기를 해야 한답니다.
목숨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왜 이리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것일까요?
제가 직접 유명산 정상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유명산 정상은 능선부로 올라가서 계곡부로 내려오는 것이 가장 인기있는 등산코스입니다. 시원한 계곡 바람을 맞으며 하산을 해야 제맛이라 더군요.
내려오면서 계곡에 입수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지만 주의해야 해요. 계곡물이 차가운 가을철에는 심장마비 걸리기 십상이거든요.
보편적인 산행 속도로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저는 4시간 30분은 걸린 것 같네요. (등산 힘들어 ㅜ.ㅡ)
오르는 길은 초입부터 고바우입니다. 경사가 세서 금세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죠. 헉헉대며 비틀거리고 있으니, 오르던 등산객들이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천천히 간다하고 끈기 있게 올라갔지요.
경사는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잡고 가라는 안전로프도 군데군데 보입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숨이 차다 못해 폐에 통증이 느껴지며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집니다. 굳이 돈 들여가며 이런 고생을 하는 사람들...
7부 능선쯤 올라갔을 때 널찍한 바위에 쓰러지듯 앉았습니다. 밥을 안 먹은 데다 에너지를 많이 써서 뇌에 올라가는 포도당 부족으로 머리가 지끈거렸거든요.
어렵 싸리 가져간 캔커피 하나를 따서 마시며 가만히 않아서 숨을 골랐습니다.
어느덧 산중에는 구름이 몰려와 안개가 스멀스멀 끼기 시작했습니다. 고요한 산중에 사람은 나 혼자였고 가끔씩 새들만 지저귈 뿐이었어요. 선선한 가을 날씨에 날 벌래 한 마리 없었죠.
커피의 당분이 격렬하게 움직이는 몸속 피를 따라 돌고, 풀가동하고 있는 폐는 고농도의 산소를 힘껏 핏속으로 들여보내 줍니다.
세상에... 몸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때 깨달았어요. 이 맛에 등산을 하나, 세상 부러울 것이 없구나!
그 평온함을 한껏 즐기고 난 뒤에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제부터는 근육 피로와 싸움이었지요. 그래도 기분 좋은 통증이랄까. 급할 것이 없으니, 마음이 여유롭고 마음이 여유로우니 몸도 좋아합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
해발 862m라는 유명산 정상을 거친 다음 계곡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유명산 계곡은 가뭄에도 고갈되지 않을 정도로 물이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특히나 공기가 습하며 돌로 된 길에 이끼가 많이 끼어 미끄럽죠.
사고도 많이 나는 지점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앞쪽에 하산하던 부부 중 남편이 미끄덩하더군요. 저도 수차례 넘어질 뻔해서 발걸음을 조심조심 옮겼습니다.
천천히만 간다면 문제는 없지요. 계곡물 구경하면서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하산이 완료됩니다.
그래요. 산행이란 좋은 것이에요. 음주와 결합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