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때늦은 여름휴가 중... 고추 사러 연산장에 가자고 했다.]
1. 연산장이란 무엇인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때늦은 여름휴가를 지내러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가성비 갑인 휴가를 보내는 멋진 방법인 것 만은 틀림없습니다.
집에 가만히 누워있으려 하니 이 시즌에 고추를 사야 한다면서 어머니께서 연산장에 가자고 하시더군요.
왜 연산장이냐고 하니까 가장 가까운 시골의 시장이랍니다.
고추에도 첫물과 중물 끝물이 있고 이 중에 중물을 잘 골라서 사야 한다고 직접 실물을 보러 가자는 겁니다.
원래 같으면 시골 친척 집에서 직접 생산한 고추를 사서 먹었겠지만 올해는 비가 너무 와 소비량만 간신히 건졌다고 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분으로 시장을 둘러보자는 것이었죠.
2. 거래의 스킬
일단 집에서 20여 km를 달려 연산 시장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고추 등 농작물을 파는 곳이 몇몇 곳 있더군요.
일단 저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같이 모시고 간 어머니들의 거래 스킬을 뒤로 보고 있었는데요, 살 듯 말 듯 상인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둘러보는 솜씨가 과연 일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물건이 마음에 썩 들지 않는 듯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었는데요, 그중에 한집에서 고추를 많이 산다고 하니 안쪽으로 데려가는데, 과연 양질의 고추가 쌓여있나 봅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고추 자루마다 생산자를 표시해 놓았는데요, 생산자 중에서도 이름만 대도 품질을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나 봅니다.
품질이 마음에 드는지 어머니 포함 두 분께서 각각 10근씩 2자루를 구매하시고는 여기저기 이거 물건 좋은데 사주냐고 전화를 막 하시더라고요.
3. 고추가 그렇게 인기인가?
와 전 고추 값이 이렇게 비싼지 이번에 비로소 몸소 깨닫게 되었어요. 고춧가루 까짓것 음식 할 때 안 넣으면 되는 거 아냐?라는 저의 생각과 다르게 우리나라 음식의 필수 향신료인가 봅니다.
보통 앞에 진열해 놓고 파는 것이 근 당 15,000원~ 18,000원인데 안쪽의 상품은 20,000원~21,000원에 파는 것이어서 10근 치면 200,000만 원인 것이지요.
이것마저 깎아서 19,000원에 샀지만, 집에 와서 저울을 재어보니 약간 모자라다는 느낌의 마법의 저울?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는 전통시장입니다.
정찰제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은 양질의 물건을 제값 주고 사면 만족하는 편인데 어머니들은 양질의 물건을 싸게 사야 만족하는 스타일인 듯싶습니다.
4. 고추의 사용처
이렇게 구매한 고추는 김장을 담기 전 일일이 닦은 후에 방앗간에 의뢰하여 고춧가루로 만드는데, 그 과정 또한 일일이 지켜봐야 한답니다.
필요한 만큼 고춧가루를 구입해서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 했더니 무엇을 섞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상권은 불신의 씨앗이 깊은 것이 사실인가 봅니다.
요즘은 가루를 낼 때 고추 머리만 따고 씨앗을 많이 안 거른다 하니 고추 10근으로 가루를 내면 고춧가루 9.5근은 건질 수 있는 모양입니다. - 어머님 피셜
역시 가정 주방의 세계에도 오묘한 내공이 있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