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
- Written by大和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집사람 손길이 바쁘다. 그도 그럴 것이 객지 생활하는 아들과 딸이 오는 날이어서 별로 하는 일은 없는 것 같은데 바쁜 체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나가고 나서는 두 내외가 빈 둥지를 지키며 살고 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온다고 하면 엄마들은 마음이 들뜨나 보다. 하긴 나도 마음이 들뜨긴 마찬가지다.
마트에 가서 고기도 사고 상추, 깻잎, 버섯 그리고 술 등을 사가지고 온다. 집에서 양념장도 만든다. 마늘을 다듬는 등 분주한 손질이 거의 다 될 무렵 딸아이부터 오는 소리가 들린다.
첫 번째 들려오는 소리가 "아빠! 이것 생일 선물이에요. 며칠 있으면 아빠 생일인데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미리 사 왔어요. 아빠생일 축하해요."하면서 건강식품 하나를 안긴다.
나는 그저 마음이 흐뭇하기만 했다. 이젠 아이들이 다 컸구나. 삐뚜르지 않고 곱게 자라주어 정말 고맙고 신께 감사했다.
조금 있으니 아들이 들어 닥쳤다. 아들은 인사 발령이 나서 짐을 다 가지고 오느라 힘이 다 빠져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에어컨을 틀고 우리는 예전에 하던 것처럼 베란다에서 고기 파티를 준비했다. 작년12월에 이 집으로 이사 와서 우연한 기회에 베란다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장소가 아주 제격이었다.
자리가 우리 4식구가 않기에 너무나 안성맞춤이었다. 이때부터 우리는 외식보다는 이 장소에서 고기도 굽고 파티 겸 그동안 못다 했던 정담들을 나누며 보내기로 했다.
이번에는 아들의 발령에 대한 이야기, 새로 부임하는 직장에 대한 설렘 등이 주로 주제를 삼아 이야기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파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아들은 인사 관계로 바빠서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금일봉을 전하면서 아버지 건강을 부탁한다.
그래 고맙다. 아들아네 말처럼 건강에 유의하며 살 테니 걱정하지 마라. 항상 파티가 끝나면 즐겁고 흥겨웠지만 오늘따라 나의 마음이 너무 흡족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라주어 고마웠다.
아이들이 사춘기 시절아빠가 늘 곁에 있어 그들의 고민을 들어줄 시기에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직장 때문에 강원도 영월,충북,제천,영동 등 먼 곳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에만 집에 오는 생활을 10년이나 했는데 그 시절 교육은 전적으로 엄마가 맡아서 한 것이다.
그랬어도 나쁜 방향으로 나가지 않고 잘 커준 아이들 뒤에는 엄마의 숨은 희생이 있는 것이다. 그 당시는 고맙다는 말 제대로 못했지만 지금은 많이 하고 산다.
정년퇴직하고 무료해서 시작한 심리 상담학, 명상 공부가 내 마음을 평안하게 주었다.
집착과 욕심을 비워내고 내려놓는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고 한다. 이 말이 너무 어려워서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내려놓는 겁니까' '아 그것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현재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내려놓아지고 마음에 평안이 깃듭니다.'
명상 공부 한지2년이 되었다. 두드러지게 변한 것은 없지만 오늘같이 작은 일에 감동하고 감사함을 찾고 그저 기쁘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도 거창한 것이 아니고 지금 하는 일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살고 평범하게 인생을 사는 것으로 바뀌었다. 전에는 어떻게 빨리 승진이 되고 하는 것이 바람이었는데 명상하는 이후 그런 꿈을 접은 것이다.
일상의 소소함에서 감사와 기쁨을 찾고 같이 나누는 것이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인생은 녹화 방송이 아니고 생방송이다. 오늘 하루도 의미 있는 삶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