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e thing

[중미산 등산 코스 탐방기]


  지난 토요일은 쉬는 날이었습니다. (이른바 놀토!)

  그래서 모처럼 여유롭게 등산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등산 코스로는 중미산의 모든 등산로를 돌아 볼 수 있는 3코스를 선택했는데 A -> B -> C -> 정상을 거쳐 C -> D -> G -> F -> B -> A로 돌아오는 경로였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마음도 느긋하게 느지막한 오후 2시쯤 출발합니다.



  요즘 같은 날 등산할 때 필수로 들고 다녀야 될 것이 있는데 바로 수건입니다. 땀을 닦는 목적보다도 얼굴 주변을 날아다니는 작은 벌레들 때문이에요.


  이 날파리 같은 것들은 꼭 사람 얼굴 주변으로 뱀 돌면서 따라다니는데 마을 어르신의 말로는 사람 눈을 파먹기 위해서 그렇다고 하네요. ㄷㄷㄷ


  이 수건을 휘휘 저으면 조금이나마 벌레를 쫗기에 수월합니다. 하지만 등산 내내 휘둘러야 한다는 사실. 그만큼 자연은 벌레투성이에요.



  정상까지 불과 1Km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중미산은 참나무류가 대부분으로 군데군데 소나무가 있는 활엽수림이었습니다. 그래서 산림이 조금 이체롭달까요.



  하지만 그 신선함도 잠시...


  그 1km가 곧 헬 km로 다가옵니다. 경사가 엄청나요. 지속적으로...



  헉. 헉.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내가 여기 왜 왔을까?



  추락주의! 이 지역은 경사가 급하여 위험하오니 통행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어쩐지 토요일 오후인데도 등산객이 한 명도 안 보이더라고요. 까딱 잘못하면 조난 각?



  바위 틈에 피어있는 고사리 하나가 비틀대는 저를 애처롭다는 듯 바라봅니다.



  하지만 결국 중미산 정상!


  끈기 하나 가지고 올라왔네요.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찔합니다. 저 거대한 전신탑이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켜줘요. 막 낭떠러지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


  전신주 보고 있다가 잘못하면 뛰어내릴 뻔. ㄷㄷㄷ



  저 멀리에는 미지의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리 없겠죠. 헤헷



  내려가는 길. 소중하게 챙겨간 맥주 한 캔에 온 세상을 다 가진듯합니다.


  하산 코스는 거리가 더 멀지만 그만큼 경사가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벌레들의 공습은 여전하죠.

 


  그거 아시나요? 등산하는 이유...


  3시간의 힘든 산행 중 접견한 딱 한순간, 그게 비록 3초~5초 밖에 안되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리운 향기와 함께 숨이 확 들어오는 순간.


  아무리 들이마시려 해도 시원하게 들어오지 않던 공기가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들어오는 그때 불현듯 잊힌 감각이 잠깐 살아납니다. 아주 잠깐..


  이상하다.. 이건 어린 시절에는 항상 느꼈던 그 느낌. 그리고 또다시 금세 잊히죠.



  오랜만의 산행이어서 그런지 산행 후 온몸이 노곤노곤합니다.


  다시 갈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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