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e thing

[부처님 오신 날]


- Written by 하루



  오늘은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피곤에 절어 사는 여느 직장인들에겐 그냥 빨간 날, 저 같은 반백수 프리랜서에게는 여느 때와 같지만 밖에 나가면 사람 많은 날 이기도 하지요.


  때이른 초여름 더위와 아직 물러가지 않은 봄날의 진한 미세먼지. . 여름과 봄의 경계에 머무는 이상한 날들입니다. 기상정보에 따르면 5월 5일 한차례 비가 다녀가고 더위가 잠시 꺾인다고 하지요.


  문득 우리네 인생도 때로는 예상 못 한 견디기 힘든 날씨에도 며칠 후엔 잠잠해질 거란 예보란 게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록 적중률이 높진 않을지라도 말이죠. . ^^



  작년 겨울인가. .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조금 시간을 들여 그리 멀지 않은 등산로에 위치한 절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무슨 절기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신의 소원과 주소를 적어서 각자만의 시주금을 함께 내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더군요.


  추운 날씨였는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제법 있었고 저처럼 혼자 온 사람들도 더러 있었죠. 마음이 심란해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저도 한편에 마련된 용지와 펜을 집어 들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잠시 머뭇거려졌습니다.


  아주 간단히 소원이라고도 부르기 뭐할 단어를 적고 아주 약소한 시주금을 함에 넣고 나오는데 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도 같았고. .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그저 머물고 싶었고 소원을 적은 절의 기도의 가피력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게 우습게도 제 진짜 속마음이었던것 같아요.

  결국 그때 제 개인적인 힘든 일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 참 산다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살 것 같은데 그 고비를 넘어가면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고. . 뭐 그런 반복의 반복이 반복돼서 펼쳐지는 것. . 그래서 석가모니께서 생즉고라 말씀하셨을까요?^-^



오늘같은 빨간 휴일. .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은 반 의무적으로 사람과의 전쟁을 치르며 나들이를 나서겠고, 집에서 쉬는게 제일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하루하루 직장에서의 전투를 치르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오늘도 업무의 연속이겠고, 연세가 지긋하신 그날이 그날인 분들에겐 유명한 가수들과 뷔페식 식사가 마련되어 있는 저마다의 절에 잔치를 즐기러 분주한 날이 되겠네요.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사막은 조금 외롭구나"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中-



현재 시간 오후 2:38분.


우리는 모두 그저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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