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e thing

[엄동설한에 귀한 딸기]


   냉장고에서 고이 잠들어 있던 딸기를 꺼냈습니다. 어쩌다가 생긴 딸기인데 그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지 뭡니까.


  저녁으로 먹어둬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가 다른 분들께서 호떡, 어묵, 순대, 떡볶이 같은 분식을 사 와서 같이 먹자길래 조심스레 딸기를 씻어서 꺼내 놨습니다.


  하지만 다들 딸기에는 관심이 없어서 저만 먹게 되었는데요, 왜 이 귀한 딸기를 안 먹냐니까 요즘 세상에 하우스에 가면 흔하디흔한 게 딸긴데 뭐가 귀하냐면서 오히려 면박을 당했지요 ^_^;



  문득 옛날 생각이 났어요.


  국민학교 3학년 때였을 거예요. 같이 학교에 다니던 반 아이들의 가정 사이에도 빈부의 격차란 게 존재하였죠.


  저 같은 경우는 한번 사이다 먹고 싶다고 어머니께 찡찡대다가 등짝을 얻어맞으면서 "어떻게 세상을 살면서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을 수 있냐" 면서 혼날 정도로 집안이 여유롭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지금도 이름을 기억할 정도니까 아마 그때의 임팩트가 강했나 봅니다.

  제 짝꿍은 여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는 안민들레라는 친구였어요. 당시 바나나는 무척 귀해서 책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점심시간에 바나나를 꺼내는 것이었어요.

  너무나도 바나나 맛이 궁금했고 정말 먹어보고 싶었지만 조금만 달라고 할 정도로 대범하지는 않았었죠.

  그러던 찰나 어쩌다가 바나나 한 조각을 땅에 떨어트렸고 땅에 떨어진 바나나 조각을 먹어도 되냐고 묻고는 얼른 주워 먹었어요. 그렇게 귀하게 먹은 그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나 가까이 흘렀지만 저는 지금도 그때 시절을 살고 있나 봐요. 어쩌면 희망이라도 가득 찼던 그 시절을 동경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세상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 답을 찾고 있지만 아마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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